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 김영삼(YS) 대통령 때 일이다. YS가 취임한 뒤 처음으로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치했다. 이때 재벌 총수들은 누구랄 것 없이 일찍 가서 대기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대선에 출마해 YS를 괴롭혔기 때문에 재벌 총수들은 YS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마침 그날은 폭설이 내린 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방에서 상경이 늦어 한 총수가 조금 늦게 도착했다. 다른 총수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됐다. 그 총수는 들어서자마자 90도 각도로 절하며 “각하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공교롭게도 YS와 인연이
재벌가 사위를 보고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재벌가 사위들은 대부분 지인을 만나면 “너는 좋겠다. 재벌가 사위라서”라는 식의 말을 듣는다. 실제로 그럴까.재벌가 사위는 아무나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1960~1970년대 재벌가 사위는 대부분 ‘맞춤형’이었다. 권력가나 비슷한 재벌가, 또는 법조인이나 의사, 대학교수 등 일반인과는 다른 유형이었다. 며칠 전 작고한 조운해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의사인 그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와 결혼했다. 당시 재벌가의 혼인은 대부분 정략결혼이라고 할
지난 9월 7일 한국 M&A(기업인수 합병)시장에 하나의 기록이 수립됐다. MBK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국내 유통계의 거물인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 7조2000억원은 국내 M&A시장에서 역대 최고가.재계와 일반인이 이같은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킨 MBK파트너스의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만 한 거금을 움직일 수 있는 사모펀드가 국내에 있다는 것조차 사람들은 몰랐다. 여기서 주목받는 이가 MBK파트너스의 실질적인 사주인 김병주(53) 회장이다. 김 회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국무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요 대기업들에 접촉할 정치인들을 할당하고 이들에 대해 집중 로비를 벌이라는 지침을 내린 문건이 2011년 외부에 드러나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홍준표와 손학규, 김진표 등을, 현대차는 황우여, 이주영 등을 맡아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이 지침서에는 또 ‘국회 증인으로 채택되어도 대기업 총수는 나가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보다 노골적인 로비 실태가 어디 있을까.대기업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을 꼽으라면 ‘대관(對官)·대국회’ 관련 업무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건 이제 더
2013년 11월, 포스코 계열사 회장으로 일한 모씨는 중요한 메시지를 하나 받는다. 포스코 회장을 맡을지 모르니 준비해 두라는 박근혜 정권 실력자로부터의 전갈이었다. 이 인사는 나름 착실히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최고 권력자와 면담도 이뤄졌다고 한다. 분위기는 좋았다. 그는 그런데 이 자리에서 “박태준 창업자의 유지를 받들어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무심코 피력했다. 이후 그의 포스코 회장 내정설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 뒤 발표된 후보자 5인의 명단에도 없었다.포스코는 누가 뭐래도 박정희 대통령의 작품이다. 박근혜 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 사옥 1층엔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거대한 흉상이 서 있다. 정준양(67) 전 회장의 재임시절(2009~2014년)에 만들었다. 흉상이 세워질 때 포스코맨들은 의아해 했다. 정준양 회장과 박태준 전 회장과의 관계가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준양 당시 회장은 박태준씨의 흉상을 포스코 서울 본사만이 아닌 포항제철과 광양제철 사옥 등 여러 군데에 세웠다. 역대 어느 회장보다 더 ‘박태준 우상화’에 앞장선 셈이다.정준양씨가 포스코 회장에 선임된 2009년 2월까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상대 회장
지난 1월 27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과학기술원 내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유독 눈길을 끄는 인사가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일일이 사안을 체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정 회장은 앞서 두 번이나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사전 점검했다. 국내 굴지의 그룹 회장이 혁신센터 출범식 행사를 위해 한 달에 세 차례나 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창조경제의 상징적 사업이다. 때문에 이 사업